2012년 8월 9일 목요일

오 마이, 행복의 빈곤

행복해지려면 돈이 필요하다. 과학적 사실이 그렇다. 그럼 얼마나 있어야 할까. 프린스턴대학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가계 연소득 7만 5천불이 '행복 기준선'이 된다. 물론 이 수치는 상대적이다. 7만 5천불은 일인당 평균 소득이 5만 불에 가까운 미국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의 마이클 노튼은 '행복 기준소득'을 5만불로 본다.

나라와 거주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가계소득 5~7만 불은 입고, 먹고, 자는 기본적 삶이 해결되고, 가끔 여행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수준까지는 소득 증가와 행복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 5~7만불까지는 소득이 늘 수록 개인이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이해할 만하다. 기초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주리고 헐벗은 상태에서 행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금액을 넘어서면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사라지고 만다. 다시 말해 미 대륙에서 7만 5천불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최대치인 셈이다. 이 연구는 한국사회에 매우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한국 가족의 의식주 해결 비용은 7만 5천불보다 낮겠지만, 그냥 미국 기준을 적용해 연가계소득 7500만원을 '행복기준선'으로 삼아 보자. 7500만원을 넘는 초과분 소득은 그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잉여소득'이 된다. 반면에 '행복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의 '미달소득'은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잉여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 '미달소득'을 채워주면 사회전체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