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6일 수요일

33세의 팡세

상실의 이승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다
더 이상 빼앗길 수 없었을 때, 나는 이제 내 물건을 도둑맞아야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학교에 갔다 집에 오면 나는 내 방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처음엔 영어사전 한 개,  독일어사전 한 개, 단행본 한 권씩이 없어지던 것이 점점 더 배짱이 늘자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세계문학전집을 한뭉텅이씩------ 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가끔 생각한다. 내 숨결이 책갈피마다 묻었던 진귀한 내 혼령의 분신들. 내가 청계천을 돌아다니며 값을 깍고 깍고 또 깍아 헌책방에서 구한 뒤 첫장을 열고 맨 먼저 나의 이름을 예술체로 크게 써놓은 그 책들. 세번, 다섯번, 일곱번씩 읽었던 그책들. 그것을 어찌 한 권의 책이라 부를 수 있으랴.그럿들이 하나하나 훔쳐져서 어디론지 팔여 나갔음을 -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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