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8일 토요일

지금은 산책중

"헉, 미국이 싫어하는 카스트로가 아디다스를 입다니 … "

아디다스 매출 떨어질까 전전긍긍




수술받은 지 2주 만인 13일 쿠바 정부가 공개한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 당 기관지를 들고 있는 그의 점퍼에 아디다스 로고가 보인다. [중앙포토]
피델 카스트로(80)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때문에 난데없이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인 아디다스가 난감해 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2일 보도했다.

최근 장 수술을 받은 뒤 공개된 그의 사진이 발단이었다. 사진 속 그가 입고 있던 흰색 바탕에 빨간색 줄이 그려진 운동복에는 아디다스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자사 로고가 들어간 옷을 입은 유명인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 회사 측은 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카스트로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허겁지겁 진화에 나섰다.

아디다스 대변인은 "카스트로가 입은 옷은 쿠바 체육연맹 소속 선수들이 입는 진짜 아디다스 운동복으로 보인다"면서도 "아디다스는 쿠바 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을 뿐 카스트로와는 직접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자사 운동화를 신는다는 점을 내세우며 "우리는 스포츠 용품 회사로서 운동선수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디다스는 올 4월 미국에서 1000켤레만 생산한 운동화에 찢어진 눈과 돼지코, 뻐드렁니를 가진 아시아계 청소년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또 다른 구설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예상치 않은 이번 소동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인 마이클 쿠카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명인이 특정 제품을 이용하는 모습이 공개된 뒤 해당 업체가 덕을 본 경우는 과거에 여러 번 있었다. 1994년 아내와 아내의 정부가 숨진 채 발견된 뒤 O J 심슨이 포드 브롱코를 타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된 직후 브롱코의 매출은 25%나 급증했다.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들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는 사진은 이코노미스트의 광고 포스터로 이용되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중앙일보]입력 2006.08.23 04:56 / 수정 2006.08.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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