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위니더푸 vs Physics

곰돌이 푸는 나무 발치에 앉아 머리를 발바닥 사이에 두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푸는 먼저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저 윙윙거리는 소리에는 뭔가 뜻이 있어.
이무 뜻도 없이 저렇게 그냥 윙, 윙 할 리는 없다고.
윙윙 소리가 난다면, 누가 일부러 윙윙 소리를 내는 거야.
윙윙 소리를 내는 이유는 '내가'알기로 딱 하나, 저기 꿀벌이 있다는 뜻이지,"

푸는 다시 한참 생각하다 말했어요.

"그리고 저기 꿀벌이 있는 이유는 '내가'알기로 딱 하나, 꿀을 만들기 위해서야."

그러더니 푸는 일어나서 말했어요.

"그리고 꿀을 만드는 이유는 '내가'알기로 딱 하나, '나더러' 그걸 먹으라는 이야기지."

푸는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꿀벌에 관한 푸의 아이다운 생각의 흐름은 목적론적 추론의 좋은 예이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대개 자연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버리고,
매혹적이지만 기묘한 대상으로 바라본다.
과학이 목적론적 사고를 거부하자, 정치와 도덕도 그러한 사고를 거부하려 든다.
그러나 사회조직과 정치 행위를 생각할 때 목적론적 추론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오늘날의 과학자 중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이나 물리에 관해 쓴 글을 읽거나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윤리와 정치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정치철학을 읽고 고민한다.

-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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